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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농림부 특화사업 선정기준 선진화해야 (2004-08-06)

관리자l2020-09-14l 조회수 365


  참여정부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지향하는 핵심정책 중 하나는 자치단체별 지역혁신체계(Regional Innovation System)의 구축이다. 지역혁신체계란 지역내부에 존재하는 지역특화 산업의 육성과 산-학-연의 연계망 구축을 통해 지역발전을 도모하는 지역개발정책이다. 농업 및 농촌자치단체의 지역혁신체계 구축과 관련된 사업으로는 농림부의 ‘지역특화사업’이 있다. 이 사업은 농림부에서 직접 관리하는 ‘공모사업’과 광역자치단체에서 관리하는 ‘시상사업’의 2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공모사업’은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근거로 하여 개별 농가 또는 기업 수준에서 특화품목의 결정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하는 ‘시상사업’은 농림부가 제시하는 기준에 따라 개별 자치단체 스스로 특화작목을 선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농림부가 자치단체에 제시하는 특화품목의 선정기준은 너무나 전근대적이다. 농림부가 제시하는 특화품목의 선정기준은 5가지로 되어 있지만 그 중 객관적으로 계량화가 가능한 기준은 특화계수이며 이 지표는 다른 기준에 우선하고 있다. 농림부가 제시하는 특화품목의 제1선정기준은 특화계수가 1.1이상, 즉 해당 지역의 전체 농경지 면적 중에서 특정품목의 생산 면적이 전국평균보다 10%이상 많은 품목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특화계수는 1940년대에 개발된 기법으로 고등학교나 대학 저학년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내용이다. 농산물 시장이 국제화되어 고도의 정밀한 시장경쟁력 예측이 필요한 21세기에, 1940년대에 개발되어 현재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에니악(ENIAC)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슈퍼컴퓨터가 개발되어 있듯이 특화품목 선정에 사용될 수 있는 보다 합리적인 첨단기법이 개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기법의 적용을 도외시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이러다보니 특화품목의 선정도 자치단체별로 중구난방이다. 2004년 현재 경기도의 경우 파주시는 장단콩 등 5개 품목, 포천시는 사과 등 4개 품목이 선정된 반면 남양주시와 구리시 등은 1개 품목만 채택되어 있다. 안 그래도 시장경쟁력 제고가 어려운 농촌자치단체에서 4-5개 품목에 대한 과다한 특화품목의 선택 및 지원을 통해 경제적 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방자치단체로 이관되어 있는 농촌지도인력의 모든 작목에 대한 백화점식 배치 또한 지역혁신체계의 구축과는 거리가 멀다. 지역특화품목이 정해져 있어도 선정된 품목에 대한 자치단체별 농업기술센터의 작목별 전문인력 배치에 대한 기준은 실종상태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특화작목이 선정된 자치단체별로 해당 작목의 전문 지도인력이 집중 배치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모든 지방자치단체의 작목별 농촌지도직 인력의 배치비율은 대동소이하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지역혁신체계에 대한 엄격한 원칙이 적용되어도 2005년부터 시작될 농산물의 시장개방에 따른 우리나라 농업 및 농촌자치단체의 피해가 예측되고 있는 시점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원하는 방식으로 지역별 특성화분야를 육성하는 방식은 지방분권의 실질적 구현이라는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하지만 농림부의 전근대적 기준 제시와 지방자치단체의 몰이해로 인해 사업이 비효율적으로 귀결될 경우 누가 책임질 것인가.
  지역특화사업의 상당 부분을 지방으로 권한을 이양했다고 뒷짐 지고 있을 성질이 아니다. 어차피 선정 및 관리기준을 농림부가 제시하고 있다면, 보다 선진적 기준과 관리체계의 제시를 통해 이번에야 말로 실질적 농가소득 증진 및 농촌자치단체의 발전이 가능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 농림부의 의무다. 1992년 우루과이라운드(UR) 이후 10년 동안 62조의 농업특별자금이 투입되었어도 농가 부채는 배가되었다. 이런 식이면 119조에 달하는 농업농촌 투융자가 끝나는 2013년의 농가부채가 그 이상으로 증가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UR이후의 쓰라린 경험으로 인해 국민 모두가 ‘잃어버린 10년의 반복’에 대한 우려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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