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fn논단] 뜨거운 예산 편성의 계절(2012-06-07)

관리자l2013-07-18l 조회수 1671


정부예산은 한 나라의 경제를 운영하기 위한 계획안으로 경제운용의 목적·수입·지출 등과 같은 계획에 대한 규모를 숫자로 나타낸 것이다. 정부재정의 본질이 계획경제인 연유로 공공수입 및 지출은 단순한 계획 또는 예정액이 아니라 확정된 계획을 통해 관리된다. 따라서 정부예산은 미래의 재정 활동에 대한 지침이 되는 동시에 그 활동 방향을 규제한다.

아울러 예산은 국회에서 정치적 토의와 행정부의 재정계획에 대한 엄격한 심사가 수반되는 까닭에 정치적 의사가 충실히 반영돼 그 방향을 결정한다는 측면에서 확정적 구속력을 갖는다. 국회에서 심사하는 예산편성의 근간이 되는 행정부의 차년도 재정계획은 어디서, 언제, 어떻게 이뤄질까.

6월부터 9월까지의 혹서기에 그 열기가 더욱 높아지는 정부기관이 있다. 정부과천청사에 위치한 기획재정부 예산실은 1년 중 이 기간이 제일 바쁘다. 이 기간 중 예산실이 위치한 사무실은 각 부처 담당자들과 사업 관련 국공립 기관에서 나온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6월 말까지 각 부처에서 익년에 필요한 예산을 제출하면 개별 사업의 실효성과 적정 예산규모의 편성에 대한 최종 정부안을 작성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올 예산이 326조원이었음을 감안하면 내년에 필요하리라 예상되는 약 350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짜야 한다. 이 기간에는 예산실에 근무하는 지인과 주중은 물론이고 주말에도 사적인 모임에서 차 한 잔 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예산실이 이 기간에만 바쁜 것은 물론 아니다. 1월부터 6월까지는 각 부처에서 집행하는 사업별 예산의 실효성 및 효과 점검 등으로 바쁘고 9월 정기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한 이후에는 국회와의 예산 협의 등 연중 바쁘긴 마찬가지다.

예산 편성이야 매년 반복되는 일이긴 하지만 올해와 같이 대선을 앞두고 있는 경우 예산편성의 중요성은 배가된다. 연초부터 6월까지 각 부처에서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정책들은 예산편성 시기에 정부재정 편성에서 누락될 경우 실효성을 상실한다. 

각 정당에서 개발해 발표하는 다양한 정책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 시기에 예산실에서 편성하는 정부안에 반영되지 못하면 각 부처의 계획이든, 정당의 공약(公約)이든 공약(空約)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회 심사과정에서 행정부의 예산계획이 수정되기도 하지만 행정부에서 편성한 예산안이 근간이 되다 보니 국회 심사과정에서 새로운 예산이 편성되기란 쉽지 않다. 

이러다보니 예산의 시절 각 부처와 정당들이 사활을 걸고 예산실 복도에 진을 칠 수밖에 없는 연유다. 기획재정부 예산실의 책임감이 더욱 강조되는 것은 내년 이후에는 새 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기존 정부 정책과는 확연히 다른 정책적 고려의 수반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해는 특히 주요 정당에서 요구하는 엄청난 복지수요로 인해 균형재정이라는 목표를 맞추는 것 하나도 버거워 보인다. 하지만 예산실은 정권교체 때마다 벌어지는 정책의 단절로 인한 국가적 손실 예방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현 정부가 과거 참여정부에서 추진했던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무산하려 했던 시도에 따라 얼마나 많은 시간낭비와 정책의 기회비용이 투입되었는지를 반추하면 된다. 정책의 단절이 일반 시민들에게 야기할 폐해는 특히 농림수산식품부 등과 같은 정책부처에서 중점 추진되고 있는 지역개발사업의 경우 더욱 크게 나타난다. 적게는 1년에서 많게는 2년 이상 이들 부처에서 추진되고 있는 사업의 참여를 도모해 온 지역 주민들이 갑작스러운 정책의 단절로 겪게 될 상실감을 중앙에서 가슴으로 느끼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성숙단계에 도달한 지역개발 사업들이 중단
됐을 때 야기될 정책적 기회비용은 엄청나리라 판단된다. 

지역 주민들에게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정책의 연속성 확보는 내년 정권교체 이후의 상황을 고려하면 더욱 긴요한 일이다. 예산의 계절 밤낮과 주말도 없이 균형재정과 사회통합이라는 예산편성의 목표 달성에 지쳐 있을 예산실 담당자들의 건투를 빈다.


http://www.fnnews.com/view?ra=Sent1801m_View&corp=fnnews&arcid=201206280100234230014248&cDateYear=2012&cDateMonth=06&cDateDay=27
TOP
닫기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