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fn논단] 통합진보당 사태를 보며(2012-05-30)

관리자l2013-07-18l 조회수 1327


경제학자가 아니면서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사람으로 사이먼과 카너먼이라는 학자가 있다. 경제적 합리성이라는 가정의 현실적 불가능에서 출발한 이들의 이론은 큰 틀에서 행동경제학에 범주에 포함된다. 행동경제학의 중요한 이론 중 프레이밍 효과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사람들이 어떤 의사표현을 할 때 의사 결정은 사전에 결정된 문제의 제시 방법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와 같은 표현 방법을 판단을 결정짓는 '프레임'이라 통칭하고 이 프레임의 특성에 따라 선택이 변하는 것을 '프레이밍 효과'라 명명한다.
 
의미가 조금 어려워 보이지만 흔히 회자되는 '컵 속의 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의 차이를 들면 쉽게 이해가 될 수 있다. 컵에 반 잔 남아 있는 물에 대해 아직 반이나 남았다고 생각하면 낙천주의자로, 이제 반밖에 안 남았다라고 생각하면 비관주의자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행동경제학자들은 이러한 해석에도 일정한 프레임이 사람들의 생각을 결정짓는다고 추론한다. 예를 들어 물이 가득 차 있는 컵에서 다른 빈 컵으로 물을 반 정도 따르는 것을 본 사람은 '원래 가득 찼던 컵에는 물이 반밖에 없구나'하는 생각을 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원래 비어 있던 컵에는 '물이 반이나 차 있구나'라고 느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프레이밍 효과는 특정한 집단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데 이것은 행동경제학의 프레이밍에 관한 주요 이론 중 하나인 초기 설정(default)에 대한 설명에서 더욱 명확해진다. 사람들의 장기기증에 대한 선진국들의 차이는 매우 큰 편이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의 나라에서 장기 기증 의사표시 카드를 가지고 있는 비율은 30%에 미치지 못한다. 반면 스웨덴, 오스트리아, 벨기에, 오스트리아 등의 국가 국민의 장기기증 의사표시 카드 소지 비율은 90% 수준을 상회한다. 이러한 차이는 전자 국가들에서는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 한 기증자로 여기지 않는 데 비해 후자 국가들처럼 비율이 높은 나라에서는 장기기증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 한 기증 의사가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데 연유한다. 

통합진보당이라는 우산 속에서 암약하던 민족해방계(NL)로 대표되는 주사파들이 우리 사회가 건전하게 유지하고 있던 진보라는 프레이밍을 도용해 19대 국회에 다수 진출하는 결과를 낳은 것은 우리 사회가 이들 세력에 허용하던 초기 설정이 변화한 데 연유한다. 19대 국회 이전까지 급진 좌파에 대한 우리 사회의 지지층이 5% 수준이던 것이 10%를 상회하게 된 것은 이념적 공감대와는 상관없이 정권 쟁취에 눈 먼 민주통합당의 공로임은 자명하다. 

이러한 초기 설정의 변화가 향후 우리나라 전반의 사회 변화로 귀결되어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자유민주주의의 원칙이 무너지지 않을까 우려하던 차에 불거진 통합진보당의 내분과 이들 세력의 진상에 대한 다수 국민의 이해는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이들 세력에 대한 우리 국민의 지지가 다시 5% 미만으로 떨어져 우리 사회가 용인했던 과거 수준의 초기 설정값으로 회귀했다고 한다. 전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유지할 수 있는 프레임의 복원이라 안도감을 가진다.

하지만 통합진보당의 몰락에 따라 보수 정당들이 노정하고 있는 최근 행태는 적절한 긴장을 가지지 못한 보수정당이 자기 혁신을 하지 못하는 사태로 귀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팽배하다. 

미꾸라지를 미국으로 수출할 때 그냥 공수하면 태평양을 건너는 동안 절반이 죽는다. 하지만 미꾸라지의 천적인 메기를 넣으면 메기 배를 채울 몇 마리만 희생되고 나머지 모두는 팔팔한 상태를 유지한다. 급진 좌파세력의 국회 입성에 따라 긴장하던 정치권 내 보수 정당들의 자기 혁신을 위한 긴장감은 통합진보당 사태 이후 찾아볼 수 없다. 특히 올 초 위기감 속에서 강력한 쇄신을 선보였던 새누리당의 역동성 상실은 차선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우리 국민에게 우려로 다가오고 있다.


http://www.fnnews.com/view?ra=Sent1801m_View&corp=fnnews&arcid=201205310100268090016691&cDateYear=2012&cDateMonth=05&cDateDay=30
TOP
닫기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