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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라이프] 사회변화와 주거공간 (1999-05)

관리자l2020-09-14l 조회수 419


  미국에 있는 예일대학교의 사회학 교수인 다니엘 벨은 1976년 <후기산업사회의 도래 - The Coming of Post-Industrial Society>라는 책에서 20세기말과 21세기초에 인류에게 다가올 후기산업사회의 특징을 다음의 4가지로 요약하였다. 그 첫째가 전통적으로 지역 및 국가 성장의 동인으로 작용했던 2차산업의 중요성이 쇠퇴하고, 정보화 관련 산업이 한 국가의 경제력을 좌우할 주요 산업으로 등장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각 분야에서의 전문성이 강조되면서 개별 산업집단에서의 전문인력에 대한 필요성 증대에 따라 사고집약적(idea intensive)인 전문가 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 새로운 정보화 관련 산업계층의 등장이 있으리라고 예측하였다. 셋째는 인간의 기초 욕구라 할 수 있는 의식주에 대한 최소기준 해결과, 일정 수준에 도달한 부의 축적으로 인해 사회적 형평성에 대한 중요성 인식과 더불어 여가시간 활용 등과 같은 사회의 비경제적 요인에 대한 관심의 증가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과, 마지막으로 교통 및 통신의 발전으로 인해 거주지와 직장간의 시간적-물리적 거리가 가졌던 주거지 선택에 대한 제한성이 대폭적으로 완화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즉 산업화 시대에 도시가 가졌던 가장 중요한 쾌적성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도시 거주민에게만 국한되던 시대의 종말이 도래할 것이라는 점이다.
  약 4반세기전에 이루어졌던 이와 같은 혜안들은 21세기를 목전에 두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거의 모든 부문에서 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서비스산업이라고 불리는 3차산업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선진국들의 협력체라고 여겨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모든 국가들에 있어서 총국내생산(GDP)의 60%이상을 상회하고 있으며, 이 중 정보화 산업의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식집약 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벤처기업의 성공에 대한 관심은 거의 모든 국가에서 21세기 국제 경제지도를 판가름할 주요 표준으로 인식되고 있고, 인본적인 삶의 질에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가족중심의 여가 활용을 위한 레저산업은 IMF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국가위기 상황에서도 꾸준히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교통 및 통신시설의 발전으로 대변되는 후기산업사회에서의 경제구조변화는 새로운 주거문화의 도래를 가져왔다. 즉, 도시가 가지고 있는 혼잡 및 공해 등과 같은 비쾌적성 요소들을 탈피하면서도 도시가 가지고 있는 좋은 직업을 가질 기회, 문화 공간의 집중, 양질의 교육시설 등과 같은 다양한 쾌적성 요소들을 향유할 수 있는 주거공간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미래의 변화상에 있어서 우리나라가 가장 뒤처져 있다고 여겨지는 부분이 인본적 주거공간의 형성이다. 우리나라 도시의 대표적 주거공간 이미지는 아파트로 상징되는 집단적 주거생활체로 대변된다. 삶의 질이나 인본적 이미지의 주거형태와는 전혀 상관없는 주거공간이 근시안적인 국가 공간정책의 실패로 야기된 것이다. 아파트로 대변되는 기형적인 집단생활공간은 물리적 거리는 가까우면서도 심리적 거리는 먼 인간소외로 귀결지어지고 이러한 비인간적 공간배치가 사람과 사람사이의 심리적 유리를 야기하여 사회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는 사회학계의 최근 연구는 주거형태의 공간적 배치가 국민복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단순히 절대량의 주택공급을 통해서 국민복지를 꾀하던 시대는 산업사회에서 후기산업사회로의 변화와 함께 바뀌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예시한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 이루어지고 있는 산촌형 신도시나 전원도시에 대한 논의는 이러한 문제점을 직시하고 있다는 점과 우리나라의 국토 여건 및 인본적 주거구조를 포괄한다는 점에서 21세기에 우리나라의 바람직한 주거공간에 대한 논의의 확산으로 자리잡으리라 기대된다. 다니엘 벨 교수가 예측한 4가지의 주요 후기산업사회의 사회-경제적, 그리고 공간적 양상들이 주로 제도적-구조적 요인에 부합하는 사회변동의 필요성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측면에서, 각 개인들은 변화하는 구조에 의한 종속성을 탈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주거문화 또는 주거공간의 발견은 개인에 의한 선택적 측면에서 일정 정도 결정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그 선택의 자유도가 다른 사회변동 부문보다는 훨씬 높은 경우라 하겠다. 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피동적일 수밖에 없는 다수의 현대인에게 선택적 영역이 남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즐거운 일이다. 주거의 선택은 우리가 아닌 나에 의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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