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특별기고] ODA사업 집행 효율성 제고(2013-11-13)

관리자l2013-12-12l 조회수 2788


지난 10월 초 필자는 한 정부기관에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의 일환인 한·아프리카 농식품기술협력협의체(KAFACI) 사업의 현황과 실효성 제고를 위한 연구를 위해 우간다를 비롯한 아프리카 3개국을 방문한 바 있다. 방문국 중 하나인 우간다에서는 현지에 선교사로 파견된 이후 20년 이상 체재하면서 다양한 교육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한 목사님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필자의 주요 관심사인 우간다의 ODA사업 현황에 대한 질의를 하자 목사님의 대답은 충격 그 자체였다. 

사업 목적에 부합하는 선진국 ODA 사업비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원이 당초 계획했던 사업지역에 투자될 것이라는 게 목사님의 추측이었다. 이것은 일단 지원이 확정되면 수원국(受援國)의 자주권(sovereignty)에 모두를 위탁하는 ODA사업의 특성상 수원국의 대다수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정부와 관료들의 부패 고리가 사업비 집행 부진의 주요 요인이라는 것이 목사님의 설명이다. 실상이 이렇다 보니 지난 수십년간 유엔을 비롯한 수많은 국제기구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직접 공여액이 수천억달러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아프리카 국가가 빈곤의 나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연유다.

우리나라는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개발원조위원회(DAC)의 회원국으로 가입하면서 전 세계에서 ODA의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바뀐 첫번째 모범적 사례 국가다. 이러한 위상 변화를 통해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게 됐으며 이에 상응하는 공적개발원조의 양적.질적 개선에 대한 대내외적 요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저개발국에 지원하는 ODA 총액도 1991년 1억1000만달러이던 원조규모가 2012년 현재 국민총소득(GNI)의 0.14%에 달하는 15억5000만달러(약 1조6623억원)에 달하고 있다. 정부의 중기 ODA 확대계획에 따르면 이러한 지원규모는 2015년 국민총소득의 0.25%(약 4조원) 수준으로 크게 확대될 예정이다.

현재 우리나라 ODA 사업 집행은 사업 성격에 따라 외교부(주로 한국국제협력단에서 수행), 안전행정부,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진흥청 등 다양한 정부부처에서 담당하고 있다. 그 비중은 외교부가 압도적으로 높은 편이다. 정부에서는 총리실 산하에 ODA 집행의 효율성을 기하기 위한 위원회를 설치하고 선진국의 실패경험을 답습하지 않기 위한 다각도의 정책적 조율을 시행해 오고 있다.

하지만 현재 시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ODA지원 방식은 과거 국제기구들과 선진국들의 실패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가 간 사업임에도 개도국 공무원 개인 계정으로의 사업비 이체, 원조 투명성 제고 노력 부족 등이 선진국 실패 답습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지만 그중에서도 시행이 확정된 사업에 대한 현지에서의 실질적 집행의 효율성 제고 노력 부족과 사후 평가체제의 부재는 가장 큰 문제로 여겨진다.

우리나라 전체 ODA사업비 지출 중 0.1% 수준의 사업비(2013년 약 150만달러)를 집행하면서도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농촌진흥청의 사례는 타 부처에서 참조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선진 농업기술 및 농업지도체제의 개도국 이전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이 기관에서는 사업이 확정된 아프리카 개별 국가에 3년간 불과 1억3000만원 남짓한 사업비의 효율적 집행을 위해 사전적 사업 목표치 설정과 연차별 평가체제의 도입을 통해 사업비 집행의 효율성 제고를 꾀하고 있다. 2조원에 가까운 전체 ODA사업비의 70%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외교부와 사업비 규모가 큰 기타 부처에서 이러한 사업 체제의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없다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다. 국가재정 집행 투명성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에서 이러한 문제에 대한 논의가 실종된 점은 더욱 개탄할 일이다. 복지와 성장의 이중고 속에서도 국가적 위상 제고를 위해 묵묵히 세금을 납부하고 있는 우리 국민의 소중한 재원이 더욱 뜻있고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겠다.
이성우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http://www.fnnews.com/view?ra=Sent1801m_View&corp=fnnews&arcid=201311140100137300007412&cDateYear=2013&cDateMonth=11&cDateDay=13

TOP
닫기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