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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세종시 논란 이렇게 풀자 (2009-11-11)

관리자l2020-09-14l 조회수 360


  최근 세종시에 대한 논란은 7년 전 참여정부 출범 당시로 회귀한 느낌이다. 세종시에 대한 논의는 이미 정치 싸움으로 귀결된 지 오래다. 이것은 주요 국책사업의 실행을 통한 국가경쟁력 제고라는 국토계획의 가장 근본적인 목표 설정과 수도권 과밀과 지방 공동화라는 상황인식 자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실종된 데 주로 기인한다. 
  하지만 정책적 담론이 선행되어야 할 국책사업에 대한 논의가 서로 다른 정치적 배경을 가진 정당과 전문가들의 정치 싸움으로 변질된 것은 차기 대권의 향방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전개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그 어떤 합리적 논거도 무의미하다는 것은 장삼이사도 이해하고 있다. 이 와중에 여전히 상이한 이해관계를 가진 전문가들을 등에 업은 세종시의 장단점에 대한 논의가 다양한 통계적 효과를 근거로 계속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1997년 노벨경제학상은 ‘블랙-숄스’ 공식의 창안자인 마이런 숄스와 이 공식을 완성한 로버트 C 머턴 교수에게 주어졌다. 주지하는 대로 노벨상은 생존자에게만 수상되는 연유로 수상이 결정될 당시 이미 타계한 피셔 블랙 교수는 수상하지 못했다. 이들의 업적은 금융이라는 현실분야에 수학을 접목, 다양한 파생상품의 생성을 통한 새로운 부의 창출에 대한 기여로 요약된다.
  이들은 학문적 분야에서보다는 세계 최고의 금융집단으로 칭송받았던 투자신탁회사인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CTM)의 성원으로 더욱 주목받았다. 전성기에는 100만명 이상의 투자자로부터 1000억달러 이상의 자산으로 1조달러 이상의 파생상품 계약을 할 정도로 호황기를 구가했던 이 회사의 발전 원동력은 실제 시장에서 작동되던 ‘블랙-숄스’ 공식의 주창자들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이 회사는 노벨상을 수상할 정도로 위대한 금융공식의 비현실적 문제점이 시장에서 노출되면서 1998년 파산했고 수많은 투자자와 미국 증시를 공황상태로 몰아넣은 바 있다. 이 공식의 가장 큰 문제점은 통계적 모형이 사회구성원과 주체들에 대한 행동의 한계 및 불확실성을 예측할 수 없음에도 예측 가능하다고 맹신한 데 있다. 이들이 개발한 금융파생상품과 그 아류들은 2년 전 세계 금융위기의 주범이기도 하다. 세계에서 가장 영예로운 노벨상 수상자인 숄스와 머턴 교수의 사례는 이제 비아냥거리 중 하나가 됐고 노벨상에 대한 폄하 시 자주 인용되는 가십거리로 전락했다.
  세종시가 원안대로 시행될 경우 그 비효율성이 국가적 재앙이라고 한나라당과 현 정권은 주장한다. 야당과 반대론자들은 세종시를 통해 국가 균형발전과 수도권 집적의 불경제가 해소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최근 논의되고 있는 세종시에 대한 사회·경제·문화적 효과에 대한 다양한 통계적 검증과 예측은 대부분 5∼7년 전 이미 논의된 내용이기도 하거니와 노벨상을 수상할 정도의 정교성은 더더욱 없어 보인다. 더 이상 세종시의 미래 기능에 대한 불확실한 효과를 갖고 ‘제 논에 물대기’식 주장은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며 국민에 대한 모욕이다.
  세종시에 대한 정책적 판단은 이명박 정부의 정치철학인 창조적 실용주의에 기초해 풀어야 한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실용주의는 주요 원칙인 상황적 합리성이 주로 기회주의에 기초한다는 논리적 한계로 인해 주류 철학자들로부터 천박한 철학사조로 인식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실용주의의 두 가지 주요 철학적 원칙이 존 듀이의 공생적 합리성과 윌리엄 제임스의 실용주의적 윤리성에 기초하고 있음을 J 하버마스 등 대륙계 주류 철학자들의 이해가 이뤄진 후 극적인 반전을 이룬 바 있다. 
  ‘원안+α’라는 대선 당시 수십 번을 공약한 내용을 획기적인 상황 변화가 없음에도 공공연히 버리는 것은 천박한 기회주의적 실용주의로 회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권력 창출을 위한 거짓말이었다고 태연히 항변하는 것은 후안무치의 전형이며 실용주의적 윤리성과는 거리가 멀다. 창조적 실용주의는 세종시의 대안에 대한 담론에서 ‘원안+α’를 원론에서 재론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α’인가에 대한 논의를 창조적으로 이루어내 공생적 합리성을 실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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