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fn논단] 세종시 공약대로 가야 옳다 (2009-10-12)

관리자l2020-09-14l 조회수 355


  ‘중세’에 대한 연대기적 정의는 게르만족의 이동과 서로마제국이 멸망한 서기 476년부터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한 1492년까지를 의미한다. 서양에서는 중세 1000년의 시기 중 아라비아 민족이 지배하는 새로운 노예국가였던 사라센 제국이 아프리카 북부와 유럽대륙 일부의 패권을 장악했던 전반기를 암흑시대 또는 야만시대로 서술하고 있다. 이는 기독교문명에 기초한 중세 이후 르네상스기의 인문주의자들이 주로 해적질로 지중해를 장악했던 사라센인 중심의 이슬람교도를 비난하였던 데에서 유래됐다. 
  이슬람 해적이 기독교 세계를 처음 유린한 것은 현재의 이탈리아 영토인 시칠리아섬을 습격한 서기 652년의 일이다. 이후 지중해 남안(현재의 알제리·튀니지 등) 해적들의 기독교들에 대한 노략질은 금은보화를 비롯한 다양한 특산물의 탈취에 그치지 않고 수많은 기독교지역 주민을 체포해 노예로 삼아왔다.
  이들 노예는 실제 사라센 해적 행위의 주요 목표가 되었는데 이는 이들 노예가 노예시장에서 상당한 가격으로 매매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11세기에 접어들면서 납치돼 이슬람의 노예로 핍박받는 기독교도를 구출하기 위해 범기독교 국가들이 연합한 ‘십자군운동’ 등 다양한 노력이 기독교 국가들에 의해 이뤄졌는데 이들 중 하나가 기독교 성직자를 중심으로 구성된 ‘구출수도회’였다.
  십자군운동의 연장선상에서 활동이 이뤄졌던 ‘구출기사단’이 군사력에 기초해 이슬람교도들에 대항한 세력이었던 데 비해 ‘구출수도회’는 성직자들을 중심으로 이뤄진 민간집단이었다. ‘구출수도회’는 국가적 수준의 활동이 아니었음에도 엄청난 수의 기독교 노예들을 구출했는데 구출의 방법은 주로 노예에 대해 몸값을 지불하는 것이었다. 구출수도회가 주로 구원한 노예들은 노예시장에서 몸값을 지불할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과 병약자들을 대상으로 하였기에 그 활동의 선의(善意)에 대한 후세에서 평가는 더욱 높게 나타난다.
  하지만 기독교도들에 대한 납치가 반드시 금전적 보상으로 귀결되고 특히 노예적 가치가 없는 사람들에 대한 보상도 이뤄진다는 경험으로 사라센 해적들의 기독교도 납치 활동은 기독교도들의 군사력이 이슬람에 비해 우월하던 중세기 후반에도 계속 이뤄졌다. 중세 후반인 11세기 이후 이들 사라센 해적들에 대한 기독교 국가들의 국력 소모가 없었다면 15세기 말엽 발원한 르네상스운동은 그 시기를 더욱 앞당길 수 있지 않았을까. 구출수도회의 선의의 활동이 가난하고 병들었던 기독교도들에 대한 지속적 핍박과 국력 소모로 귀결되는 모순적 가능성을 ‘로마 멸망 이후의 지중해 세계’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는 기록하고 있다.
  정운찬 국무총리가 제기한 세종시 건설계획의 수정 필요 발언 이후 불거진 논란은 정부재정의 효율성 확보와 자족도시 기능 확보라는 선의에도 불구하고 국론 분열의 뇌관과 같다. 참여정부 시절 수도 이전과 관련된 수많은 논란 속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가 갖는 다양한 사회·정치·경제적 문제점은 이미 논의된 바 있다.
  하지만 ‘국정의 연속성 확보와 행정기능 이전의 원안에 더한 자족도시 완성’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당시 공약 때문만이 아닌, 현 정부의 창조적 실용주의에 유일한 이념인 공생적 합리주의의 실천을 위해 세종시 건설은 원안대로 가는 것이 옳다. 세종시 문제가 야당을 비롯한 현 정부 반대론자들의 국정 발목잡기에 더할 나위없는 호재임을 알아야 한다. 정치적 비합리성 속에서 경제적 합리성을 제고할 수 없음은 명멸한 수없이 많은 강대국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명약관화하다.
이명박 정권의 시대적 과제는 급변하는 세계정세를 읽고 세계 기축통화, 인구구조 및 성장동력 변화 등과 같은 거시적 대책마련에 몰두하는 것이다.
  성공적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유치도 치솟는 금값과 석유결제 통화에 대한 물밑 논의, 그리고 필연적으로 야기될 세계 기축통화에 대한 세계 각국의 움직임을 이해하지 못하면 의미가 반감됨을 명심해야 한다. 
  20∼30대 미혼여성의 출산율 감소와 고령화, 그리고 이에 부응하는 성장산업의 재편 등에 대한 고려는 또 다른 거시정책의 선결조건이다. 아직은 다수의 국민이 이명박 정권이 담을 물잔이 3분의 2나 남아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TOP
닫기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