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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외국인 교수초빙 '안식년' 활용을 (2002-05-19)

관리자l2020-09-14l 조회수 375


  교육수준의 국제화 도모와 교수사회의 자각을 촉구한다는 명분 하에 진행되고 있는 교육부의 외국인 교수 초빙 정책이 최근 대학가의 화제다. 한국 국립대학 교수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의 연봉을 약속하고 외국인 교수를 초빙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계획은 교육부가 목표하고 있는 교육수준의 국제화와 교수사회의 자각 어느 쪽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이러한 수준의 금전적 수혜를 가지고는 국제적 수준의 교수를 초빙할 수 없다는데 근원적 문제가 있다. 교육부의 시행지침에 명시된 초빙의 대상은 순수하게 외국국적을 소지한 원어민을 원칙으로 실제 연봉은 8만불(1억원)정도로 책정되어 있다. 분야마다 다르지만 사회과학분야의 경우 미국 대학의 초임 평균이 약 5-6만불 정도며, 첨단 학문 분야의 교수 초임 연봉은 이보다 훨씬 많은 게 현실이다. 아직 학문적으로 검증되지 못한 이들 초임 교수들이 설혹 한국의 초빙공고에 관심을 기울인다 하더라도 이들이 한국에 올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한국 대학 인프라의 열악함, 타국 정착에 따른 정신적, 문화적, 가족문제, 그리고 종신교수 또는 그 트랙이 아닌 계약직인 점을 감안하면 현재 미국 대학에서 약 5-6만불 수준의 교수들이 관심을 가지리라 판단된다. 미국의 경우 9월 학기 초빙교수들에 대한 리쿠르트는 이미 끝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어진 재원으로 3개월 동안 교육부가 생각하는 수준의 학자가 초빙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교수사회의 자각을 위한다는 명분은 더욱 어불성설이다. 한국의 국립대학에서 정년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전임 강사 임용 후 최소 11년이 지나야 한다. 미국의 경우 대체로 조교수 임용 후 5-7년이면 부교수 승진심사가 이루어지고 심사에 통과하면 종신교수자격이 부여된다. 미국 대학 사회과학분야의 경우 국제 학술지에 약 10편의 논문을 발표할 경우 종신교수직이 부여된다. 이 정도 수준으로 현재 본인이 재직하고 있는 대학의 부교수 승진 심사에서 정년보장을 기대하는 교수들은 아무도 없다. 비슷한 연구능력의 동료 교수들이 이번 정년 심사에서 대부분 탈락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현재 교육부가 제시하고 있는 수준에 만족하고 있는 외국인 교수들이 들어와서 어떤 자극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 나은 방법으로 교육부의 생각을 해결할 방법이 있다. 원어민이 영어로 강의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다면, 안식년제를 맞이하여 외국에 1년 정도 체류할 의사가 있는 각 분야의 유명 교수를 초빙하여 강의를 부탁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안식년을 맞이한 각 분야 저명 교수의 초빙은 대상자들의 욕구도 충족시킬 수 있고, 국내 교수들의 학문적 자각에도 실질적 도움이 된다. 첨단 학문분야의 지식전파가 주요 목적이라면 초빙교수의 수를 줄이고 더 많은 금전적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실질적인 세계적 수준의 석학을 초빙해야 한다. 개별 대학에 교수 정원을 늘려 주고 국내외 대학에서 세계적 수준의 업적을 쌓았음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한국인 학자들에게 자리를 열어주는 것은 더욱 바람직하다. 많은 재능 있는 한국인 학자들이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 학문적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능숙한 영어 강의가 가능한 점을 고려하면 무조건 원어민을 고집하는 교육부의 이유는 논거를 잃을 수밖에 없다. 본인이 재직하고 있는 대학의 상당수 교수들이 그리했듯이 고국의 대학에서 자리잡는다면 미국에서보다 연봉이 절반이하로 떨어진다 해도 감수할 사람들은 너무 많이 있다. 1차 초빙은 이미 시작된 연유로 2차 초빙부터는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절실히 요구된다. 정책 수정에 대한 부담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교육부의 생각을 구현할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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