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대학 명예교수인 대니얼 벨은 1976년 ‘후기산업사회의 도래’라는 책에서 20세기 말과 21세기 초에 인류에 다가올 후기산업사회의 특징을 다음의 4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전통적으로 지역 및 국가 성장의 동인으로 작용했던 2차산업의 중요성이 쇠퇴하고 정보화 관련 산업이 한 국가의 경제력을 좌우할 주요 산업으로 등장한다.
둘째, 각 분야에서의 전문성이 강조되면서 개별 산업집단에서의 전문인력에 대한 필요성 증대에 따라 사고집약적인 전문가 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 새로운 정보화 관련 산업계층이 등장한다.
셋째, 인간의 기초 욕구라 할 수 있는 의식주에 대한 최소기준 해결과 일정 수준에 도달한 부의 축적으로 인해 사회적 형평성에 대한 중요성 인식과 이와 더불어 여가시간 활용 등과 같은 비경제적 요인에 대한 관심의 증가가 이뤄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교통 및 통신의 발달로 인해 거주지와 직장간의 시간적·물리적 거리가 가졌던 주거지 선택에 대한 제한성이 대폭적으로 완화될 것이다.
이는 산업화 시대에 도시가 가졌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도시 거주민에게만 국한되던 시대의 종말이 도래할 것이라는 점이다.
수십년 전에 제시된 이와 같은 혜안들은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거의 모든 부문에서 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서비스산업이라고 불리는 3차산업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선진국들의 협력체라고 여겨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대부분 국가들에 있어서 국내총생산(GDP)의 약 70%에 달하고 있으며 이 중 정보화 산업의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식집약 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환경기술(ET)의 성공에 대한 관심은 거의 모든 국가에서 21세기 국제 경제지도를 판가름할 주요 표준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인본적인 삶의 질에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가족 중심의 여가 활용을 위한 레저 산업은 꾸준히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교통 및 통신시설의 발전으로 대변되는 후기산업사회에서의 경제구조 변화는 특히 새로운 주거문화의 도래를 가져오고 있다.
즉 도시가 가지고 있는 혼잡 및 공해 등과 같은 비쾌적성 요소들을 탈피하면서도 도시가 갖고 있는 좋은 직업을 가질 기회, 문화 공간의 집중, 양질의 교육시설 등과 같은 다양한 쾌적성 요소들을 향유할 수 있는 주거공간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미래의 변화상에 있어서 우리나라가 가장 뒤처져 있다고 여겨지는 부분이 인본적 주거공간의 형성이다. 우리나라 도시의 대표적 주거공간 이미지는 아파트로 상징되는 집단적 주거생활체로 대변된다. 아파트로 대변되는 기형적인 집단생활공간은 물리적 거리는 가까우면서도 심리적 거리는 먼 인간소외로 귀결지어질 수 있다.
이러한 비인간적 공간배치가 사람과 사람사이의 심리적 유리를 야기해 사회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는 사회학계의 최근 연구는 주거 형태의 공간적 배치가 국민복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
대니얼 벨 교수가 예측한 4가지의 주요 후기산업사회의 사회·경제적, 그리고 공간적 양상들이 주로 제도적·구조적 요인에 부합하는 사회변동의 필요성에 의해 이뤄진다는 측면에서 각 개인들은 변화하는 구조에 의한 종속성을 탈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주거문화 또는 주거공간의 발견은 개인에 의한 선택적 측면에서 일정 정도 결정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그 선택의 자유도가 다른 사회변동 부문보다는 훨씬 높은 경우라 하겠다.
주택 유형 및 주거지 선호에 대한 이상의 논의가 사실이라면 가까운 미래 합리적인 소비자가 소비재와 투자재로서의 바람직한 주거지로 기대할 수 있는 지역은 어느 곳일까. 환경친화적인 특화요인이 도시에서 제공되는 사회·문화적 특화요인보다 더욱 높은 가치재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농촌지역이 이러한 주거지로 위치하리라 기대된다. 선전하고 있는 다른 부문과는 달리 현 정부의 농업과 농촌 관련 정책은 낙제 수준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시장에서의 방향이 명확하기에 지지부진하기만 한 정부의 농촌정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해도 농촌 부흥을 꿈꿀 수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