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지난 80년대에는 7.5% 그리고 90년대는 6.2%를 보이다 2000년대 들어 5%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이명박정부 출범 이전 옛 재정경제부에서는 향후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을 2010년대는 4.2%, 2020년대에는 2.9%로 예측한 바 있다. 하지만 세계경기 진단에 일단의 혜안을 가지고 있는 미국 디시전이코노믹스 최고경영자(CEO)인 앨런 사이나이는 올해와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이 6%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글로발 금융위기라는 최악의 역경을 이제 막 헤쳐 나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제대통령을 기대하며 선출한 이명박정부의 경제분야 성과는 국민적 여망을 충족하고도 남음이 있다. 최근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는 이러한 실적이 뒷받침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경이로운 경제분야의 실적이 국민적 기대감을 충족시키고 있는 반면, 이명박정부가 내걸었던 사회통합과 법치의 확립을 통한 대한민국의 선진화는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 일어나고 있는 사회통합이라는 대의에 반하는 갈등구조의 확대재생산은 이명박정부의 시대사적 의미를 반감시키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영남과 호남, 빈자와 부자 등과 같은 고전적인 갈등의 치유는커녕 검찰과 사법부는 물론 집권 여당 내 충돌과 같은 새로운 유형의 난제들을 초래하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사회 도처에서 분출되고 있는 갈등 양상은 현 정부 출범 이전 노정되었던 갈등은 물론 새로운 갈등요인들의 증폭으로 돌이킬 수 없는 사회적 분열화를 겪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걱정스러운 양상이다.
이러한 난제들 중 방기곡경(旁岐曲逕)의 대표적 사례로 인용되고 있는 세종시 문제는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조속히 풀어야 할 과제다. 세종시는 고전적인 사회갈등은 물론 신종 갈등 요인들이 총체적으로 결집된 우리 사회 분열의 핵심이다. 세종시 문제가 정권의 자만과 아집이 빚어낸 결과인 것인 양 치부되고 있는 현실은 대단히 아쉬운 일이다. 특히 이러한 매도가 현 정권이 자초한 측면이 짙다는 측면에서 대통령 주변 인사들의 안이한 인식에 더욱 실망감을 느낀다. 결론적으로 이명박정부는 세종시가 가지고 있는 함정에 매몰되지 않도록 정치적 타협을 조속히 이루어야 한다. 타협의 원칙은 정치적 측면에서 실용주의가 가지고 있는 원칙이라 할 수 있는 공생적 합리주의에 기초해 이루는 것이 이명박정권의 이념에 가장 부합한다.
공생적 합리주의의 실천은 제도적 기반 위에서 도출되는 결과에 대해 승복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이며 이러한 제도적 수단으로는 국회에서의 대의정치 실현 또는 국민투표와 같이 국민의 직접적 참여를 통한 선택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투표를 통한 결론의 도출은 가장 피해야 할 대안이다. 이미 헛간에 치워져버린 세종시에 대한 정책적 논의에 대한 아쉬움은 차치하고라도 세종시와 같은 정책적 사안이 과연 국민투표를 거쳐야 할 것인가에 대한 법리적 모호성은 현재는 물론 향후에도 논란을 낳을 여지가 있다. 미래 세대에서 유사한 정책적 사안에 대해 야기될지도 모를 국민투표 만능주의에 대한 정치적 사례는 만들지 않아야 한다.
결국 실질적 대의정치의 장인 국회에서 결론을 내리는 것이 이명박정부가 추구하는 국가 품격의 선진화와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지향하는 원칙과 신의를 구현하는 방안이다. 개별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의 기명투표가 향후 국민의 선택권 분별을 위해 가장 바람직하지만 현실 정치의 한계를 고려한다면 최소한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이 제안한 무기명투표라도 고려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표의 세종시에 대한 원칙과 소신에 충분히 공감하지만 이미 이 사안에 대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사과하면서 개정의 필요성을 호소한 것에 대한 반응은 최소한 현재 수준의 비타협적 태도는 아니어야 한다.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가 표계산을 위해 정치적 위치를 불변으로 가져가는 것이라는 국민적 인식을 심어주는 것은 독선적 정치인이 흔히 저지르는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는 것이다. 정치적 타협을 통해 국가적 갈등을 해소하는 성숙한 정치의 실천이라는 박근혜 전대표의 한 차원 높은 정치적 원칙과 소신이 다수 국민의 신뢰로 귀결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