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성장과 탁월한 인재의 적재적소 등용에 대한 인과관계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없이 많은 고전과 사례를 통해 회자된다.
세계 역사는 희소한 자연자원을 가지고 선진대열에 진입한 국가는 있어도 희소한 인적자원 및 배타적 인재 등용으로 성공한 국가가 없음을 보여준다. 즉 동서양을 막론하고 획기적 국가 성장을 통해 세계의 패권을 이룩한 나라들의 공통된 경험은 국적 및 인종 그리고 정파를 불문하고 천하의 인재를 융통성 있게 널리 등용하는 것이었다.
국적과 인종 불문의 인재등용이라는 시각에서 널리 회자되는 것이 이베리아반도의 두 국가인 포르투갈과 에스파냐(스페인) 그리고 미국의 사례다. 이탈리아 출신의 콜럼버스와 포르투갈 태생의 마젤란 없이 세계 근대 역사상 최초의 식민대국을 이룩한 에스파냐는 존재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콜럼버스는 포르투갈에서 항해술을 익히고 에스파냐를 위해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했다, 약 15개국 260명의 선원이 참여한 마젤란의 세계일주 항해는 에스파냐의 지원으로 이루어졌으며 결과적으로 에스파냐의 영토 확장에 기여했다.
20세기 중반 이후 현재까지 세계 역사상 초유의 강대국으로 군림해 온 미국 패권의 근원 중 하나가 유럽에서 종교박해를 피해온 이민자들과 이들이 가지고 있는 진취성, 개방적 정신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정신은 현재까지도 이어져 지속적으로 다양한 배경의 이민자들이 미국사회에 유입되면서 다원성과 개방성이라는 미국만의 독특한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국이 유사 이래 초유의 강대국으로 부상하게 된 것은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소수 인종들에 의해 발휘되는 비주류문화의 힘이 주요 동인으로 일컬어진다. 미국의 이민정책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호주와 캐나다의 성장도 이민자들에 개방적인 정책을 편 이후 더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한우의 책 ‘왜 조선은 정도전을 버렸는가’에서는 우리 선조들도 인재등용의 중요성에 대한 다양한 교훈을 제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 중 조선후기의 실학자 최한기의 인재등용 방법론은 보다 체계적인 이론적 틀을 제시하고 있다.
최한기는 사람을 분별하는 데 필요한 네 가지 방법 중 적재적소에 인재를 중용하는 용인(用人)을 가장 중요한 것으로 제시한다.
필요한 곳에 사람을 쓰지 않으면 인재의 인성과 장단점에 대한 고려 그리고 선정의 적합성이 아무리 잘 이루어져도 성공한 인사라는 평가를 받을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인선권자의 지인지감(知人知鑑)에 대한 일반 대중 및 반대 정파의 평가가 공평무사(公平無私)에 주로 기인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자식의 등용을 거부한 조선 명종과 선조 때 영의정을 지닌 이준경의 사례는 귀감으로 삼을 만하다.
이명박정부 초기 고위직 인사들의 인선에 대한 다양한 의견 개진이 있었지만 최소한 몇몇 분야에서 인선된 인사들에 대한 인사권자에 대한 평가는 기분 좋게 인정해야 할 것 같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최고의 경제성적표를 기록하고 있는 경제부처들과, 수장의 비리 낙마 등 초유의 위기를 맞았던 국세청의 조직 및 시스템에 대한 개혁, 그리고 사상 최초의 외국 출신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등에 대한 인선은 용인에 관한한 비판이 끊이지 않는 우리의 언론이 조용한 관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정치인 입각 등 새로운 국정운용을 위한 개각 및 청와대 개편에 대한 논의가 끊이지 않고 있고 청와대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인선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주로 공평무사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이번에는 보다 상대 정파에 대한 고려가 있었으면 좋겠다. 친박이니 친박연대니 하는 친여당 내 소수계 인사들에 대한 고려도 있어야 하겠지만 지역갈등과 계층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차원에서 적인(適人)에 대한 용인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평가받고 있는 경제부처 수장들 및 국세청장 그리고 한국관광공사 사장에 대한 인선과 같이 용인과 공평무사 모두를 만족시켜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이명박정부의 지혜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