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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제각각 행정수도 효과분석 (2004-09-14)

관리자l2020-09-14l 조회수 440


  “경제예측에 대해 너무나도 다양한 분석결과가 나오는데 이러한 혼란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세계계량경제학회가 열리는 장소에 폭탄을 투하해서 전 세계 계량경제학자들을 모두 다 몰살시키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다.” 미국에 있는 한 대학의 계량경제수업을 수강하던 한 학생의 질문에 대한 교수의 답변이다. 서로 다른 분석모형 및 가정의 채택에 따라 너무나 차별적인 결과의 유도가 가능한 통계적 문제점을 빗대어 답변한 일화다. 하지만 채택된 기법 및 자료에 따라 분석결과에 대한 천양지차의 차이가 존재하는 통계분석상의 오류는 에피소드 수준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존재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저명한 사회학회지의 하나인 미국사회학평론(American Sociological Review)에 1950년 발표된 로빈슨(W. S. Robinson) 교수의 “생태학적 오류(ecological fallacy)"에 관한 논문은 이러한 통계적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한 논문으로 평가받고 있다. 로빈슨교수는 문맹율과 흑인과의 상관관계를 주(state)별 집계자료를 이용할 경우 약 77.3%의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지만, 그 원자료인 개인별자료를 이용할 경우 불과 20.3%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로빈슨교수의 생태학적오류에 대한 기법상의 문제를 추가적으로 연구한 앨커(Alker, H. R)교수는 자료 및 분석기법상의 통계적 문제가 5가지에 달한다고 1969년 논문에서 밝히고 있다. 이제 이러한 통계적 문제점은 사회과학 및 자연과학 등 모든 학문분야의 학술사전에 정설로 인용되고 있다.
  최근 언론을 통해 공표되고 있는 신행정수도이전에 따른 파급효과의 다양한 분석결과는 통계자료 및 분석기법의 차이에 따른 이러한 통계적 문제점을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다. 재정경제부는 신행정수도가 건설될 경우 연간 1조 2천 60억의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신행정수도 건설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내정된 최병선교수가 원장으로 있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신행정수도가 건설될 경우 84조원에 달하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예상된다고 밝히고 있다. 반면 독립적 연구를 시도한 연세대학교의 서승환교수는 수도이전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연간 7조2천억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수도이전에 따른 국토균형발전효과도 신행정수도추진위원단은 긍정적으로 예측하고 있는 반면, 개별 연구자가 독립적 분석을 실시한 국토연구원의 보고서에서는 오히려 비충청권에서의 불균형이 확대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무엇이 옳은 것인가? 누가 올바른 분석을 한 것인가? 개별 기관 및 연구자의 정치적 입장을 차치하더라도 서로 다른 자료와 기법을 이용해 제논에 물대기격으로 쏟아내는 수도이전 효과는 국민들의 혼란만 가중시키는 형국이다. 이것은 피차 코드가 맞는 사람들만 모여서 서로 다른 가정의 설정과 상이한 자료를 이용하여 수도이전효과를 분석한데 따른 당연한 결과다. 또는 분석에 참여하는 연구자들이 학자적 양심이 아닌 개인 또는 기관의 정치적 목적에 따른 결과는 아닌지에 대한 의혹도 증폭되고 있다.
  수도이전에 대한 보다 객관적인 파급효과를 제시하여 국민들의 혼란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이 있다. 수도이전과 관련된 모든 전문가들을 통합된 장에서 모이게 하여 수도이전효과를 분석하게 하자. 통계분석의 여러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통계를 이용한 분석은 절대로 정치적이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만약 동일한 자료와 기법, 그리고 동일한 가정에 대한 합의를 도출할 수 있다면 그 결과는 시-공간을 불문하고 동일한 결과가 도출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수도이전과 같은 중차대한 국책사업에 대해 국민에게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길임은 물론, 혹 견강부회(牽强附會)한 분석결과로 인해 후세에 곡학아세(曲學阿世)하는 학자였다는 비난을 피할 수 있는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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