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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지방을 위한 주택정책 세울 때 (2004-05-12)

관리자l2020-09-14l 조회수 436


  2000년 기준 우리나라 가구의 약 45%가 아직도 자기 집을 가지지 못한 주거불안정 상태에 놓여 있다. 2000년 건설교통부가 고시한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의 비율은 전체 가구의 약 23.1%다. 하지만 ‘주거복지연대’에서 실시한 최근 연구에 의하면 이 기준에 목욕탕 시설기준을 추가할 경우 전체 가구의 약 34.6%가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러한 주거수준 미달가구의 분포는 지역별로 지극히 차별적이다.
  시설기준을 추가하여 최근 분석된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의 분포는 개발시대 이후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에서 더욱 심각하다. 강원도와 전라남북도 등의 지방에서는 전체 가구의 약 40% 이상이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열악한 주거환경에 거주하고 있다. 반면 수도권에서의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의 비율은 30% 미만이다. 하지만 이러한 비율도 자기 집에 거주하는 가구와 전-월세 가구별로 지역적 차등이 존재한다.
  중앙집권시대에는 중앙과 지방의 주택정책에 대한 역할 기능의 분담이 상위적 계획의 수립과 집행이라는 지극히 전달 중심의 기능적 체계에 한정되어 왔다. 하지만 지방화시대의 주택정책은 지역주택정책의 실효성을 중심으로 한 분권적 주택정책, 즉 집행에 관한 다원적 적용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방주택시장의 특성에 따른 정책의 차별적 적용에 대한 논의는 극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최근의 주택정책 역시 수도권 주택시장의 동향에 기초한 중앙정부 중심적인 것이 현실이며 이것은 지역주택시장의 문제점으로 투영되고 있다.
  최근 2가지 측면에서 나타나고 있는 지방주택시장의 공동화현상은 이러한 지방주택시장의 문제점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 첫째, 주로 수도권 주택시장의 안정에 필요한 투기과열지구지정과 주택거래허가제 등과 같은 주택시장 규제에 대한 획일적 고강도 처방은 지방주택시장에서의 미분양가구의 증가와 이로 인한 지역경제의 위축으로 귀결되고 있다. 둘째, 지난 3월 시작된 주택금융공사의 저당대출 금리인 6.7%의 획일적 적용은 그 수혜자의 비율이 서울 28.2%, 경기 34.4% 등 수도권 지역이용자 비율이 63%를 차지하고 있다. 주택저당대출은 우리나라 주택시장 및 주거안정에 획기적인 전기를 맞이하리라 예측된 정책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의 획일적 적용으로 인해 실질적 수혜를 필요로 하는 지역주민의 주거안정에는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지역주택시장의 다양한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주택시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배양이 가장 시급하다. 하지만 서울시를 제외한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인적/물적 재원의 부족으로 인해 자체적 주택문제 해결이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지방자치단체에 의한 실질적 주택문제해결이 가능한 전 단계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대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첫째, 주택금융공사 저당대출금리의 시행에 있어 지방주택시장에 더욱 호혜적인 차등 금리를 적용하자. 가장 시장에 기초하고 있다는 미국의 주택정책도 저발전지역에 대한 주거안정을 위해서는 시장개입적이다. 우리나라 주택금융공사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미국의 패니매(FannieMae)와 프래디맥(FreddieMac)의 경우 저발전지역에 대해 더욱 호혜적 저당금리를 적용하고 있는 것이 좋은 사례다.
  둘째, 지방자치단체와 주택공사 등과 같은 공공주택기관과의 기능적 협력체계 구축이다. 주택공사는 민간기업과는 달리 주택의 공공성 제고를 지향해 온 기관이다. 따라서 주택의 공공성과 비용절약적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는 주택공사와의 협력체계 구축은 지방자치단체의 자생적 지역주택정책 수립을 위한 전 단계로써 전향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이다. 하지만 지방화시대 진정한 지역주택정책의 수립을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지금부터 자체적 문제해결 능력을 고양해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 재정적 독립이 수반된 지방분권의 주장은 지역주택문제의 해결도 결국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해결되어야할 과제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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