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의 성공이 순수 경쟁체제의 도입에 주로 기인하고 있다는 시각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지-학연을 배제한 경쟁력 제고라는 측면에서 고무적인 현상이다. 시장가치 구현에 배치되는 모든 연결고리를 배제하고 현재의 경쟁력에 기초한 히딩크식 선수 활용 기법은 시장체제에서 성공할 수 있는 평범한 진리를 실증했다는 측면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하지만 효율성에 기초한 시장체제의 도입이 사회발전에 긍정적이지도, 세계적 기준에 부합되지도 않는 부문이 있다.
교육부문의 경우 시장체제에서 수반될 수밖에 없는 시장실패는 지속적인 이촌향도와 이에 따른 우리나라 농어촌사회 교육 및 시설의 황폐화에 대한 염려가 그 한가지다. 농어촌지역 인구감소에 따른 학생 수 감소는 교원 및 재정의 축소 등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교원업무의 증가 및 농어촌 학생들의 학업능력 감소로 귀결되어 농어촌문제의 구조적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2001년 현재 농어촌지역의 폐교 수는 약 586개교이고 이들의 약40% 정도가 매각 및 그 대상에 올라 있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은 도시에 비해 농촌이 약 3배에 달하고 있고, 서울거주 학생 대비 농촌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초등생 87.8%, 중등생 84.3%, 고교생 63.6%로 나타나고 있다.
농어촌교육의 선진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호주와 일본의 사례는 문제해결을 위한 좋은 처방을 보여주고 있다. 약 십수년전에 우리나라와 비슷한 경험을 했던 이들 2개 국가에서 취해왔던 농어촌교육 정책방향의 근본은 다음의 2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개별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주거선택을 적어도 교육이라는 공공재 공급의 틀로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고, 둘째는 현재의 농촌사회가 가지고 있는 미래가치에 대한 판단이 정책 수립시 최우선 되었다는 점이다.
호주의 경우 “어떤 벽지에 거주하고 있는 학생에게도 도시지역 거주학생이 누리는 동일한 질과 양의 교육기회 보장”을 교육의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라면 폐교대상이 될 학생수 미달 농촌지역의 경우에도 “1교사/교장” 체제를 통해 농어촌학교를 유지하고 있다. 1980년대 중반 학교 통폐합의 문제를 경험한 일본 오사카의 경우 학교시설의 폐교는 전혀 이루어진 적이 없다. 학생수 감소에 따른 유휴시설은 지역 주민을 위한 시설 활용으로 대체되었고 최근 인구증대에 따라 개보수 후 다시 학교시설로 활용하고 있다. 교통망 확충에 따른 농촌사회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농촌이 보존하고 있는 자원의 시장가치 구현으로 현재 일부 농촌지역의 학교는 교사들의 근무선호지역중의 하나가 되고 있다.
농어촌교육문제의 해결을 위한 이들 두 나라의 처방이 개별 국가의 상황을 설명하는 국지적 기준이 아닌 범세계적 기준으로 간주될 수 있다면, 현재 우리나라가 취하고 있는 시장위주의 처방은 지양되어야 한다. 시장의 반영이라는 명분 하에 진행되고 있는 농어촌학교 폐교 및 매각, 예산 사용의 효율성만 강조되는 상치교사 제도 등과 같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비교육적, 후진적 정책은 재고될 필요가 있다. 교육이 탈농촌의 주요한 요인들 중 하나임을 감안하면 농어촌교육의 정상화와 이에 따른 농촌사회의 유지는 환경과 지역경제의 활성화에 직-간접적 영향을 끼친다. 즉, 농어촌교육의 공공성 유지를 통한 농촌지역의 활력유지는 교육부만의 문제가 아닌 농림부, 건설교통부, 환경부 등의 현안과제다. 모든 유관기관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되는 농어촌교육정책의 구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