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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문] 사장되는 국내박사도 함께 살려야 (2002-06-17)

관리자l2020-09-14l 조회수 440


  한국 교수사회의 자기사람 심기는 진위에 관계없이 여전히 사회 일각에서 우려하는 문제다. 연고주의에 기반한 교수사회의 폐쇄성은 동종교배로 인한 학문적, 사회적 비판성 결여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교육 내용의 국지성과 선진 학문 습득에 대한 회의적 시각은 또 다른 측면에서 심판받는 한국 대학교육의 현실이다. 우수한 고교 졸업생들의 탈 한국은 성공담으로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교수사회의 자각 촉구와 교육 수준의 국제화 도모를 위해 국립대학에 첨단 분야의 저명 외국인 교수를 초빙하여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국적을 불문하고 학문적 역량이 뛰어난 교수를 영입하는 것은 국제화 시대에 바람직한 일이다. 우수 외국인 교수의 영입은 교수 채용시 우려되는 지연이 작용하지 않는다는 점과 새로운 문화와 교수법의 접목, 그리고 국제어인 영어가 수업에 활성화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교수사회는 물론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한국 교수사회의 근원적 문제인 학문적 연공서열의 혁파라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영입 교수들이 새로운 시각에서 제기할 학문적, 사회적 비판은 또 다른 긍정적 측면이다. 하지만 교육부의 계획은 우수 교수의 유치 가능성이 적다는 점과 재원이용의 비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 한계를 가진다.
  첨단도 인기학문도 아닌 도시 및 지역계획을 전공하는 본인이 4년 전 미국 대학에서 제시 받은 연봉은 약 5만불이었다. 현재 미국 대학 첨단 분야의 초임 연봉은 이보다 훨씬 많다. 초빙 교수들에게 제공될 약 1억원의 연봉은 선진국 첨단 학문분야 초임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 중상위권 대학의 경우 국제학술지에 약 10편의 논문을 발표할 경우 부교수 승진과 종신교수직이 부여되는 게 일반적이다. 이 정도 수준으로 현재 본인이 재직하고 있는 대학의 부교수 승진 심사에서 정년보장을 받으리라고 기대하는 교수들은 아무도 없다. 비슷한 연구능력을 가진 동료 교수들이 이번 정년 심사에서 대부분 탈락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에 초빙될 초임 수준 외국인 교수들이 이미 긴장하고 있는 한국 교수사회에 주마가편의 역할을 수행할지 의문이다.
  다른 한 편으로, 교육부가 계획하고 있는 현재의 외국인 교수 초빙정책은 재원이용의 극단적 비효율성을 보여준다. 본인이 재직하고 있는 대학 한 학과의 경우 작년에 정상적인 교수 채용 절차를 거쳐서 상당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는 유능한 외국인 교수를 초빙했다. 한국인 교수와 동일한 급여와 혜택이 부여됨은 물론이다. 이 학과의 경우를 적용할 경우, 교육부가 계획하고 있는 초빙 1인당 재원 약 1억 3천만원은 최소 2인을 고용할 수 있는 금액이다. 1차 초빙 대상이 103명이고 비슷한 수의 2차, 3차 초빙이 예상되고 있다. 동일한 재원으로 외국인 교수의 초빙도 가능하고 약 300명 이상의 박사급 인력을 대학에 유치할 수 있게 된다.
  주어진 재원으로 교육부의 의도와 심각한 박사급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더욱 효율적인 방안이 있다. 개별 대학에 1인당 6천6백만원으로 책정되어 있는 외국인 교수 초빙 재원을 지원하라. 충분한 기간을 가질 경우 이 재원으로도 외국인 교수의 초빙은 가능하다. 지원 받은 개별 대학에 대해서는 동일한 대응자금으로 최소 1인 이상의 전임교원을 채용하도록 요구하라. 이 경우 외국인교수의 초빙도 가능할 뿐만 아니라 높은 수준의 학문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유능한 국내외 박사급 인력을 대학에 유치할 수 있다. 이것은 최근 우려되는 고급두뇌의 해외 유출(brain drain)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정책은 좋지만 정부 부처 내에서 박사급 인력의 사장이라는 현안 문제에 가장 안타까워해야 할 부처가 교육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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