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새 정부의 성공 방정식(2013-01-28)

관리자l2013-07-18l 조회수 1635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분모는 무엇일까. 

한 공영방송에서 매주 토요일 방영하는 해외 동포들에 대한 성공 사례의 공통점은 이들이 속한 사회에서 지향하는 공동체의식에 부응해 왔다는 점과 개별 분야에서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울인 개인적 노력이었다. 말콤 그래드웰이 전 세계적으로 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에 대해 저술한 '아웃라이어'를 보면 1만시간의 법칙이 성공의 필요조건임을, 그리고 추구하는 분야에서의 시장에 대한 시의성이 충분조건임을 보이고 있다. 1만시간의 법칙은 재능이 있는 개인이 각 분야에서 진정한 전문가가 되기 위해 투입해야 할 노동 투입량을 의미한다.
 
하지만 개인의 재능이 있음에도 사회적 여건의 제약으로 인해 1만시간의 매직넘버와 같은 필요조건 자체가 충족되지 못하는 사례가 존재한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의 사회학자 칼 알렉산더 교수는 볼티모어시 공립초등학교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가구의 경제적 수준에 따라 분류해 분석했다. 그는 학년이 시작하는 9월과 학년이 끝나는 6월에 치러진 시험의 성적을 비교해 학교에서 제공하는 공교육의 실질적 효과와 개인의 사회경제적 수준 차이에 따른 학업 성취도 결과를 비교했다. 공교육의 효과를 가늠할 수 있는 학년 말 6월에 치러진 학업 성적에서는 빈곤층 자녀의 성적이 상류층과 유사한 결과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여름방학이 지난 이후 치러진 9월의 성취도에서는 중산층과 상류층 학생들에 비해 빈곤층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현저히 차이가 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빈곤층 학생들이 학기 중에는 중·상류층 학생들과 유사하거나 오히려 앞선 경우도 있었지만, 긴 방학기간 이들 학생에게 오히려 뒤처지는 것이다. 초·중·고등학교 시절 16년 동안의 긴 여름방학 동안 이루어지는 학업 성취 기회의 누적적 차별성에 대한 결과는 결국 계층 간 이동을 막는 주요 기제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교육 기회의 이질성과 이에 따른 계층 간 성공 기회의 차별성에 대한 우리나라의 현실은 미국의 사례보다 훨씬 더 열악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통합당 안민석 의원이 '2012학년도 1학기 국가장학금 신청자 소득분위 분포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대.포항공대.이화여대 등 주요 대학 국가장학금 신청학생의 50% 이상이 소득 8분위 이상인 것으로 밝혀졌다. 전체 학생에 대한 신청 학생 비율이 75%인 점을 감안하면 소위 상위권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의 절반 이상이 소득 8분위 이상의 상류층 자녀들인 것이다.

교육수준이 계층 간 판별의 주요 잣대임을 감안하면 교육 기회의 공평성 확보가 사회 통합을 위한 가장 합리적인 지렛대임은 불문가지다. 하지만 최근 인수위에서 보여주는 형평성 위주의 복지 일변도에 대한 논의는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교육 기회의 형평성 확보를 통한 공평한 성공 기회의 제공이야말로 박근혜 정부가 언급하는 성장형 복지에 더욱 부합하는 대의가 아닐까. 당선인의 공약이라는 명분으로 저성장 시대 한정된 재정으로 소비성 복지에 대한 관심만 논의되고 있는 현재 인수위의 모습은 대단히 걱정스러운 일이다. 태평양 지천에 널려 있는 새로운 먹이를 만들고 먹을 줄 아는 지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공평한 교육 기회를 인수위 차원에서 만들어 줄 것을 기대한다.

http://www.fnnews.com/view?ra=Sent1801m_View&corp=fnnews&arcid=201301290100247310014547&cDateYear=2013&cDateMonth=01&cDateDay=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