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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MB 레임덕과 계주론(2012-08-22)

관리자l2013-07-18l 조회수 1944


절름발이 정치권력을 풍자하는 레임덕(Lame Duck)의 어원은 18세기 런던 증권시장에서 빚을 못 갚아 시장에서 제명된 증권거래원을 빗댄 데서 유래한다. 오리에 빗댄 것은 '절름거리는 오리는 야수들의 주요 먹잇감'이라는 어원론적 의미와 '쓰러진 오리에 탄약을 낭비 말라'는 사냥꾼들의 금언에서 비롯됐다는 전언이 있다. 정치적 의미를 담은 어휘로 정착되기 시작한 것은 1863년 미국 의회의 공식 보고서(Congressional Globe)에서 선거에 낙선한 현역 정치인을 레임덕으로 일컫기 시작한 때부터다. 하지만 이러한 어원론적 근원과는 상관없이 미국에서는 차기 대통령이 선출되고 차년도 공식 임기가 시작하기 이전 현역 대통령이 공존하는 때를 레임덕 시기라고 지칭한다.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이념적 토대가 상이할 때 흔히 노정되는 것이 전·현 권력간 갈등이고 이러한 갈등이 국가적 손실을 초래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미국 역사에서는 이러한 상충이 가장 극단적으로 노출돼 국가적 재난을 초래한 시기가 두 번 있었다고 기록한다. 그 첫 번째가 15대 대통령 제임스 뷰캐넌과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 간 불협화음이었고 이러한 갈등은 미국 역사상 유일한 내전으로 귀결된다. 두 번째 사례는 31대 허버트 후버 대통령과 32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간의 불화다. 미국의 대공황기에 노정된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갈등으로 야기된 지도력의 부재는 수천개에 달하는 은행의 파산으로 악화일로에 있는 경제상황을 더욱 심화시킨 것으로 미국사는 기록하고 있다.


http://www.fnnews.com/view?ra=Sent1801m_View&corp=fnnews&arcid=201208230100178230010815&cDateYear=2012&cDateMonth=08&cDateDay=22


올림픽의 꽃이 마라톤이 포함된 육상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모든 육상 종목에서 개인적 역량의 수월성 여부가 우승의 전제조건임은 불문가지다. 하지만 육상에서 유일한 단체 종목인 계주는 개인별 수월성은 물론 앞뒤 주자들 간 연계와 협력이 매우 중요한 요인을 차지한다. 계주가 단순히 가장 빠른 것을 분별하는 게임이라면 출전하는 선수들의 기록이 가장 좋은 팀의 우승이 당연하므로 그 재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계주는 다른 육상경기와는 다른 변수가 존재하며 그것은 바통터치다. 이 바통터치로 메달의 색이 바뀌는 경우는 빈번히 일어났는데 심지어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가 실격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가장 극단적인 사례가 세계 제일의 육상강국으로 군림해 온 미국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남자 400m 계주 경기를 앞두고 거의 모든 전문가는 미국의 우승에 일고의 의심도 없었다. 4인의 주자 모두 9초대 기록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을 앞세운 터라 그 어떤 대회보다 손쉽게 이길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0.001초 차이로 영국팀의 승리로 결판났다. 개인 기록의 열세를 빠르고 정확한 바통터치로 만회한 영국은 최고의 바통터치 호흡을 보여 주며 선두권을 유지한 반면 미국은 두 번째 주자가 세 번째 주자에게 바통을 건네주는 과정에서 약간 지체를 하며 0.01초 차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남녀 계주 모두 바통터치 실수를 범하는 바람에 단거리 종목에서 노골드에 그치는 수모를 겪었다. 

우리나라에서 레임덕이라는 용어가 정치적으로 무기력한 대통령을 지칭하는 의미로 사용된 것은 전두환 정권 이후 5년 단임제가 실시된 제5공화국 시절부터다. 민주당 정권에서 바통터치를 한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 이외 항상 겪어온 것이 대통령의 임기 말 국정능력 상실과 정권의 단절로 인한 국가적 손실이었다. 임기 말까지 레임덕이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는 MB는 끝까지 일하는 대통령으로 남겠다고 다짐한다. 정권교체는 국가적 연속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임기 말까지 국정에 매진해 빠르고 정확하게 다음 주자에게 바통터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 MB의 레임덕 불가론이다. 정권이 중반을 넘어서기 무섭게 대두되는 레임덕에 대한 논란이 MB의 계주론으로 대체돼 국정능력의 상실과 정권의 단절로 야기됐던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는 좋은 사례로 남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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