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광우병 논란은 신뢰의 문제(2012-05-02)
공식 통계를 산출하기 어려울 정도의 인구 수에 버금가게 많은 것이 중국의 사상이고 철학가지만 공자가 중국의 대표적 사상가라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인다. 공자의 사상을 해석하는 다양한 저술이 존재하지만 제자들이 집대성한 논어가 대표적 저작이라는데 이의가 없다. 공자 사상의 키워드인 인(仁)에 기초해 작성된 논어는 특히 당시 시대의 사회 및 정치상을 반영한 생생한 인간사에 대한 기록이라는 데 그 진가가 있다. 논어에 기술된 지도자의 덕목에 대한 공자의 생각은 제자인 자공(子貢)이란 인물과의 문답에서 잘 드러난다. 바람직한 지도자에 대한 자공의 물음에 공자는 지도자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덕목이란 '자신의 언행에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라고 답한다. 이것은 '언필신(言必信), 행필과(行必果)' 즉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라는 것이다. 이러한 덕목이 지도자가 가져야 할 최상의 덕목이 아닌 최소한의 요건으로 지칭한 점은 주의 깊게 살펴야 할 부분이다. 즉, 이러한 최소한의 덕목조차 갖추지 못하면 지도자라기보다는 시정의 갑남을녀(甲男乙女)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수도 이전과 신행정수도 건설에 반대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2007년 대선 당시 MB캠프에서 세종시 논란과 관련해 국민에게 한 약속은 노무현 정부에서 설정한 원안에 대한 이행이었다. 이 약속은 당시 한나라당 내 경선 및 대선 과정에서 수십차례 직간접적으로 언급됐고 결국 이러한 약속이 충청권의 반발을 상당 부분 무마해 정권 쟁취에 일정 수준 기여한 것으로 필자는 믿는다. 현 정부가 집권한 지 2년이 지난 2009년 세종시 건설에 대한 MB정부의 약속 번복은 야당은 물론 다수 국민의 저항에 직면한 바 있다. 당시 필자는 국가 전체의 총량적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세종시가 가지는 문제점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한 국가의 대통령이 약속한 사항을 뒤집는 것은 경제적 손실을 뛰어넘는 국가적 손실이라는 측면에서 이의 부당함을 지적한 바 있다. 약 6개월에 걸친 논란에 따른 사회적 파열음을 뒤로 한 채 세종시는 원안대로 진행되고 있다. 박근혜 의원을 제어하지 못해 진 정치게임이라는 집권세력의 인식은 바람직한 지도자가 지향해야 할 덕목인 신뢰에 대한 인식의 빈곤에서 비롯된 것이다. 현 정부가 집권한 첫해에 발생한 미국발 광우병 논란은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값비싼 경험이었지만 우리 사회가 성숙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치러야 했던 소중한 수업료라 믿고 싶다. 당시 정부는 다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발 광우병 소 발생에 대한 정부의 대처는 세종시 논란에 따른 국가적 손실을 재현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자아낸다. 4년 전 현 정부가 국민을 대상으로 한 공언이 '한정된 지면 때문에 표현이 잘못 전달된 것' '수세에 몰린 정부의 감성적인 광고' 또는 '외교적 문제 촉발' 등과 같은 일단의 변명은 세종시 논란에 따른 사회적 손실을 반면교사로 삼지 못하는 현 정부의 정치적 판단력의 한계로 여길 수밖에 없다.필자는 현 시점에서 미국산 수입소를 먹고 신체적 문제가 생길 확률이 로또에 두세 번 연속 당첨될 확률보다 적다고 믿는다. 다년간 미국에서의 생활을 경험으로 말하면 가격 비교는 차치하고라도 좋은 부위의 미국산 쇠고기가 한우 품질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고 믿는다. 하지만 현재 부활할 여지가 있는 미국발 광우병 소 논란은 사실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이 가지는 현 정부에 대한 신뢰의 문제다. 법정의 실천과 공정사회 구현이라는 구호를 기치로 삼았던 현 정부의 핵심 인사들이 줄줄이 사법조치를 대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 해결을 위한 합목적성과 방법론적 합리성의 논거가 바닥을 치는 시점인 것이다.공자는 논어의 위령공편(衛靈公篇)에서 과이불개(過而不改), 시위과의(是謂過矣), 즉 잘못을 하고서도 그 잘못을 바로잡지 않는 것이 지도자가 갖는 최악의 덕목이라고 적시한다. 현 정부가 재발할 가능성이 있는 미국발 광우병에 대해 대처하는 심각한 오판을 지적하는 것 같아 더할 나위 없이 씁쓸하다.
http://www.fnnews.com/view?ra=Sent1801m_View&corp=fnnews&arcid=201205030100017990000995&cDateYear=2012&cDateMonth=05&cDateDay=02